경기도의회 사상 최초 '예산·결산 그랜드슬램' 달성... 윤종영의원이 쓴 '연천의 반란' - '軍 출신 이방인' 윤종영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 연천)의 치열한 생존기 |
| 2026-02-20(금) 1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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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요? 총만 안 들었지 전쟁입니다. 혈연·지연으로 똘똘 뭉친 연천 바닥에서, 아픈 몸으로 전역한 '군 출신 외지인'이 살아남을 길은 딱 하나였습니다. 남들이 술 마실 때 저는 밤새 예산 장부를 파고드는 것, 바로 '실력'이었습니다."
지난 6일, 경기도의회 연천상담소에서 만난 윤종영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 연천)의 목소리엔 3사관학교 출신의 결기가 서려 있었다. 지역 민원의 최일선인 이곳에서 김동수 상담관과 함께 주민들의 민원 전화를 직접 챙기던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데이터'와 '전략'이라는 단어를 쏟아냈다.
경인종합일보는 텃세 심한 접경지역 연천에서 '이방인'의 한계를 딛고, 경기도의회 사상 최초로 '예산·결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연천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윤 의원을 만나 그의 드라마 같은 정치 역정과 미래 비전을 집중 조명했다.
◇ '7위 낙선자'에서 '예산 설계자'로... 처절했던 생존기
윤 의원의 인생은 2013년을 기점으로 송두리째 바뀌었다. 3사관학교 임관 후 20여 년간 군문에 몸담으며 최전방 5사단 헌병대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1형 급성 당뇨'라는 병마가 찾아왔다. 투병과 군 생활을 병행하다 2016년, 결국 23년 정든 군복을 벗고 연고도 없는 연천에 민간인 신분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18년 첫 지방선거 도전에서 그는 8명 후보 중 7등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토박이들 틈바구니에서 술잔 돌리고 형님 동생 하는 '감성 정치'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는 것을요."
그는 전략을 바꿨다. 행정사 자격증을 따고, 지역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경기도 연천군 편'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연천의 낙후된 현실을 감(感)이 아닌 수치와 데이터로 증명해 보였다. 이 '데이터 리더십'은 결국 통했고, 2022년 도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 도의회 역사 새로 쓴 '그랜드슬램'의 위업
도의회에 입성한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능력을 발휘했다.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전반기 2년 동안 ▲예산정책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2회) ▲결산검사 대표위원을 모두 섭렵했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전무후무한 예산·결산 그랜드슬램"이라 평가한다.
특히 그가 이끈 '예산정책위원회'는 22명의 전문 분석관과 8명의 민간 자문위원이 포진한 도의회의 핵심 싱크탱크다. 윤 의원은 이곳에서 경기도의 방대한 예산을 현미경 검증하며 논리를 다듬었다.
윤 의원은 “연천군 1년 예산 약 7천 여백억 원 중 도비(道費)가 약 2천억 원대에 달하는데, 그 중 특별조정교부금과 일반 사업비 500억~1천억 원은 도의원의 협상력에 따라 확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예산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경기도 집행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연천군 몫의 예산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북부특별자치도' 이슈 역이용... 5대 기관 유치의 내막
윤 의원의 '전략적 사고'가 가장 빛난 대목은 공공기관 유치다.
그는 ▲ 경기북부 소방학교 ▲ 북부 농업 R&D 센터 ▲ 경기북부 야생동물 생태관찰원 ▲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 ▲ 내수면 수산자원연구소 등 5개 기관을 연천으로 끌어왔다.
그는 김동연 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철저히 이용했다.
"지사님, 북부가 독립하려면 남부에 있는 기관들이 북부에도 똑같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강과 저수지가 있는 북부 유일의 지역이 연천이니 '수산연구소'는 당연히 연천에 와야 합니다."
그의 논리는 반박 불가였고, 이는 연천의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 역발상의 미학... "버려진 땅에서 황금을 캐다"
윤 의원은 남들이 기피하는 '혐오 시설'과 '흉물'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역발상 행정'의 대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북부 야생동물 생태관찰원'**이다. 해당 부지는 원래 연천군의 생활 쓰레기 매립지였다. 연천군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땅이었지만, 윤 의원은 이를 도가 매입해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유도했다. "연천군은 쓸모없는 땅을 넘겨서 좋고, 도는 부지 매입비를 아껴서 좋은 '윈윈(Win-Win)' 전략"이었다.
또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었으나 활성화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 '고대산 관광특구' 내 숙박 시설을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윤 의원은 "연수원을 전면 신축할 경우 수천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되지만 고대산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연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약900억원 수준으로 사업이 가능 할 것 으로 검토됐다 이런한 대안이 도의회 차원에서는 예산 효율성을 높이고 연천군은 침체된 지역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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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수직보다 도의원 재선... 벌려놓은 사업 책임질 것"
윤 의원은 최근 지역 정가에서 거론되는 '군수 출마설'에 대해 "내 임무는 재선 도의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역대 도의원들이 군수직을 노리고 중도 사퇴해 도(道)와의 사업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화장장'을 글로벌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하고, 미 해병대 영웅 군마 '레클리스' 선양 사업을 안착시키는 것이 나의 남은 과제"라며 "화려한 감투보다 확실한 성과를 남기는 '실무형 일꾼'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김동수 상담관이 지키고 있는 연천상담소에는 여전히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윤 의원의 말처럼, 2013년 병마로 군복을 벗어야 했던 그의 아픔이 역설적이게도 연천군에는 '준비된 장수'를 얻게 된 축복이 된 셈이다.

